Rethink: 페미니즘 선언문을 다시 사유하다 3부 _이화여성주의학회 / 녹취록

Rethink: 페미니즘 선언문을 다시 사유하다

1960-1970S 래디컬 페미니즘 선언문들의 전복적 의미 

  1. 1부. 인사 및 학회 소개

  2. 2부. 한우리 선생님 강연

  3. 3부. 질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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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질의응답)

질문자 2, 유체: 

제가 한우리 선생님이 쓰신 이 책 (로빈 모건 外, 한우리 번역, 『페미니즘 선언』, 현실문화연구, 2016)을 좋아하고, 평소에 ‘성경’처럼 읽는다고 말할 정도인데요. (웃음) 답답할 때마다 한번 씩 보는 책인데…  제가 최근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읽은 챕터가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입니다. 거기 실린 ‘추신’이 있어요. 거기 캐롤 헤니시의 고민이 들어있다고 보는데, 이게 제가 최근에 하고 있는 고민이랑 겹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질문은 그 고민의 연장이기도 합니다.

케롤 헤니시의 고민은 대략 이런겁니다.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운동을 하면 할 수록, 현실세계와 약간 요원해지는 지점이 있다는 것. (실제로 정신질환을 얻는 분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운동에 엄청난 몰입을 하다보면, 운동을 하지 않거나 학생운동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여성들의 관심사와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게 있었던 것입니다. 캐롤 헤니시는 그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봤거든요. 제가 그 지점에서 머리에 링크가 생기면서, 생각하게 됬던 것은 ‘아, 3물결이 이래서 나왔을 수도 있겠다.’라는 것이었어요. 3물결 페미니즘이 90년대부터 나왔다고 알고 있는데, 그게 래디컬 페미들은 하지 않거나 아니면 기존에 비어있던 것들을 건드리거든요. 래디컬 페미들은 스컴선언문에서 보여지는 ‘추악한 여성’, 오히려 실제의 여성보다 훨씬더 ‘추악한 여성’의 이미지를 가지고 프로파간다를 만들었다고 알고있는데요. 3물결은 마돈나 같은 MTV 기반의 스타가 보여주는 여성성을, 운동의 하나의 방식으로서 선택할 수 있다고 했던 거죠. (이걸 립스틱 페미니즘이라고도 하는데요) 제가 이 얘길 왜하냐면… 아까 강연에서 한우리 선생님께서 ‘2물결 안에 이미 교차성이 있었다.’고 얘기를 하셨을 때, 또 ‘메갈웨이브’라는 단어를 쓰셨을때  ‘트위터 인간’인 저로서는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제가 이대에서 여성학 강의를 들었고, 2015년쯤 한국의 영페미니스트의 존재를 알았음에도)

미국의 여성해방운동 (Women’s Liberation Movement)은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적어도 1-20년동안에 정말 어떤 ‘웨이브(Wave)’가 있었다면, 제가 생각했을 때 메갈리아를 포함해서 SNS와 온라인 기반으로 일어난 당대 한국의 페미니즘은 어떻게 보면 웨이브라기보다 폭발점인 점들의 조직처럼 보입니다. 제가 최근에 위키피디아에서 접했던 ‘4세대 여성주의’가 생각나기도 해요. (저는 이 개념은 대학의 여성학시간에 배우진 못했으나) 트위터, 페이스북이나 메갈리아에서 일어나는 페미니즘들을 관찰하다보면, 거기에는 2물결다운 모습이 일부분 있는 동시에, 립스틱 페미니즘이나 마켓 페미니즘,  레즈비어니즘의 일부분이 있는 식으로 ‘짜깁기된 구조’가 보입니다. 때문에 저로서는 제2물결 페미니즘과 쉽게 링크가 만들어지진 않아요. 한우리 선생님께서는 4세대 여성주의나 SNS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페미니스트에 대해서, (트위터가 한국에서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미국 등의 외국에서도 페미니스트들이 트위터를 굉장히 활용을 많이 하고,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 게이씨도 트위터의 중요성을 언급하세요.) 어떤 관점을 가지고 계신지가 궁금합니다. 또한 이 흐름이  래디컬 페미니즘으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을지도요.

 

한우리: 

제가 아까 강연에서 미국의 제2물결 페미니즘이 1960년에서 1980년대까지의 20년 가까이 된 흐름이었다고 언급했는데, 한국에서 일어난 ‘메갈리아’ 이후의 운동은 아직 2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온라인 위주이고 속도면에서 단발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질문자는 보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다르다’고 보는 점은 있어요. 당연히 미국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는 같을 수 없고 겹쳐질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메갈 웨이브’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지에 대해서는, 사실 지금 당장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것 또한 몇십년 정도 지나고 나면, 다른 이름이 붙을 수 있다고도 보고요. 어떻게 보자면 저는 미리 불러본 것이죠.

말씀하신 4세대 여성주의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기반의 페미니즘은, 제가 강연 마지막에서 언급했던 부분들이 연계가능하지 않나 싶습니다. [주1] ‘우리가 모두 동일한 시간을 살고 있지 않다’라는 것이죠. 모르겠어요… 온라인 상에서 가상의 아바타라 할 수 있는 가 계정을 하나 만들어 놓고, 극렬한 말을 하고 있는 그 여성은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스컴 선언문을 읊듯이), 울분에 찬 말들을 쏟아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제2물결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편으론 다른 방식으로 운동을 하고 계신 분들도 있고요.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그 혼재성이 한국만의 독특한 흐름으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마돈나나 엠마 왓슨 같은 유명인들이 페미니즘의 대표인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셀레브리티 페미니즘, 제3물결이라고 할 수있죠. 여기에는 가능성과 한계가 분명히 있고… 또 제3물결 페미니즘은 그것만이 다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인종을 다룬다거나 제3세계 여성들의 페미니즘, 교차성에 대해서 좀더 이야기를 했던 면도 있었어요. 저는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들도 그런 방식으로 ‘나아가야된다?’,  이렇게 말하면 제가 뭔데 (웃음), 그렇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좀더 교차성으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운동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워마드 같은데서는 ‘여성만 챙기고 간다.’ 이런식의 노선을 보이고 있는데, 사실 이런 흐름이 예전에도 없었던 게 아니에요.

 

질문자 2, 유체: 

저는 어떻게 보자면 회색분자처럼 왔다갔다 하는거죠. 아카데믹한 것도 듣고, 여성단체 안의 강의도 듣고, 트위터에서도 있고, 이런 상태인데요. 제가 아까 언급한 캐롤 헤니시의 추신에 꼳힌 이유는 ‘뭔가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계속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2물결이든, 제 3물결이든,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운동과 사회조직 면에서 좀 힌트를 얻을 점이 있지 않을까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트위터에 대한 얘기를 저는 항상 많이 하는 편인데요. 메갈리아보다는 트위터에서 더 도드라졌던 면 중 하나가 ‘마켓 페미니즘’이거든요. 여혐광고를 한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불매운동을 한다거나, 누구를 하차시키자고 하거나. 제가 가지고 있는 불만은 조직화가 힘들어지는 분열적인 타이밍들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단발적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은게 문젠데요. 저는 2015년부터 트위터를 자세히 관찰한 사람 중 하나인데, 2017년 기점으로 생각해보면 속도가 더 빨라진걸 느껴요. 2015년 당시에는 적어도 ‘택시기사 아저씨에 대한 욕’을 하면 일주일 정도는 얘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하루에 한 3개의 이슈가 동시에 굴러가는 것 같습니다. 접점이나 분화가 생길 타이밍이 아닌가 생각을 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이 책을 성경처럼 읽게되는 이유 중 하나는, 아카데믹한 이론이나 역사속의 어떤 사례에서 뭔가 도움이 될만한 걸 가져오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저는 그 ‘추신’이 계속 흥미로워서, ‘이런 추신만 모아볼까?’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각 운동마다, 그들이 한참 열심히 하다가, ‘이게 과연 될까? 이게 과연 이해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올 때가 있었을 테니까요.

 

한우리: 

제 책은 선언문들을 모은것이지, 특정 책을 번역한 것은 아니었어요. 인터넷 상의 돌아다니던 글들을 묶은 것이죠. (지금도 이 선언문들의 원문 영어 제목을 구글링하시면 바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9편의 글들을 책으로 묶은 것입니다. 이 선언문들을 고를 때 어떤 것은 넣고 어떤 것은 뺄까 고민을 많이 하긴 했지만, 결국 완결된 하나의 책이 됬잖아요? 사실, 이 책만을 읽었을 때는 굉장히 래디컬 페미니즘이 응집력이 있었던, 대단한 뭔가…를 만들어낸 성공의 기록인 것처럼 보이고, 전혀 분열이나 그 내부의 차이가 없었던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절대 그렇지 않았고, 만일 여기에 대해 더 관심이 있으시다면 앨리스 에콜스의 ‘나쁜 여자 전성시대’ 그 책을 한번 읽어보세요. 얼마나 지리멸렬한 개싸움들이 있었는지 아시나요. (웃음) 이거는 정말 제 책보다 더 심해요. 지금 점조직처럼 흩어져있는 한국의 상황과, (메갈리아에서 워마드 나오고 워마드에서 또 뭐가 나오는 식으로),  비교하면서 보실 수 있을겁니다.

 


 

 

[주1]

마지막으로, 왜 지금 래디컬 페미니즘인가

*리타 펠스키(Rita Felski)의 ‘비동시성'(Nonsynchronicity) 개념
“Feminist theory is not adequately served by either totalizing or singular models of history. It is clearly opposed to process-oriented narratives that position women as lacking or backward in relation to a male-centered path of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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