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네이션 _2017 제17회 인디다큐페스티발 (SIDOF) GV / 녹취록

호스트 네이션 Host Nation | <감독> 이고운 <제작년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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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9일 GV 행사의 부분 녹취록이며, 발언의 구어적인 표현들 일부를 윤문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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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2, 유체: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었던 포인트가 있습니다.

제가 봤을 때, ‘마담 욜리’씨가 큰 돈이 남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그 일을 계속 하는 이유는, 다리 밑에서 남자 아이들을 복싱선수로 키우듯이 그 여자아이들을 어쨌든 ‘돕고 있다’는 강력한 자기만의 신념 (혹은 자기 합리화)을 가지고 계시다는 점에 있습니다. 또, ‘루시’라는 여성이 나오는데, 그녀는 한국에서 1년 정도 일하다가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와 스카우터로 활동하면서 마담 욜리의 사업을 돕고있습니다. 이것들을 봤을 때, (물론 가난과 빈곤 때문에 생기는 그 사람들의 사정이 있겠지만), 제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혹시 그 분들에게 K-Pop이나 한국 연예인 사업에 대한 선망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군산 아메리카 타운의 업주가 그런 말씀도 하시잖아요. “그 여자들이 가수가 되려고 왔다고 말을 하지만, 자기가 봤을 때 그건 자기합리화 인 것 같다. 이 사람들도 결국 알고 온 거다.”

감독님께서는 현지에서 리서치 작업을 하셨으니까요. 필리핀 안에 ‘저 사업에 뛰어들면 진짜 큰돈을 벌 수있다.’는 식의 정보가 퍼져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고운 감독: 

제가 필리핀에 갔을 때는 분명히 K-Pop이나 한국문화에 대한 선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티비 앞에 저녁마다 여성들이 모여서 한국 드라마를 봐요. 욘사마니뭐니하는,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남자 연예인들을 필리핀 사람들도 굉장히 좋아하고… 그런 건 사실이지만, 자신들이 한국에 가서 그런 ‘급’의 연예인이 되지 않으리란 건 다 알고 있죠. 그런데 필리핀 사회가 굉장히 특수한 사회입니다…

20여년 가깝게 한국에서 필리핀 이주 여성들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건 본인들도 뉴스를 봐서 알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필리핀 정부에서 예술 흥행 비자 E6 [주1]를 금지했겠어요. 이처럼 그들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 고리에 계속 빠지는 이유는 필리핀 사회의 특수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한 집 건너서 다 이주 노동을 하세요. 심하게는 중동지역이나 싱가포르 같은 곳에서 가정부로 일하십니다. 아마, 전세계의 조그만 호텔 클럽 라운지에서 노래부르고 연주하시는 분들은 다 필리핀분들이실거에요.

그래서 이것(이주 노동)에 대해서 우리,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생각해요. 누구나 다 하니까. 한 집 건너 한집 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생활하고 집사고 하는 신화들이 너무 바로 옆에 다 있어요. 우리,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경계한다거나, “이게 진짜 연예인이 될 수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을 않하는 것 같아요. 또, 필리핀 안에서 주어진 성산업 (Sex Industry) 자체의 크기도 너무너무 크고 만연해 있고. 필리핀도 미군이 오랫동안 주둔해 있었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남자들이 성매매 관광을 가는 지역이라서요. 굉장히 미묘한 선에서 성산업에 대한 허용도가 한국보다는 좀 더 넓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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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6, 정재훈 SIDOF 프로그래머: 

저도 하나만 질문하자면… 필리핀이랑 군산이랑 여기저기 왔다갔다 많이 하잖아요? 근데 사실, 비행기 장면이 있을 법한데 거의 없고 기차나 자동차 장면들로만 영화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게 영화적으로는 저는 약간, ‘같은 공간들처럼 느껴져지도록 배치가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멀리 떨어진 데가 아니라.. 여기에서 조금만 가면 여기고, 조금만 가면 여기고 이런 식으로.

 

이고운 감독: 

제 영화적 장치였는데요, 비행기로 이동하고 이럴 때 창밖을 보면 하늘 말고는 그 도시를 멀리서 접근할 때 보이는 원경이 있는데요. 그게 저한테 뭔가 남았던 것은 없었어요. 그냥, ‘맑구나’, ‘흐리구나’, ‘밤이 내렸구나’, ‘낮이 내렸구나’, 뭐 이런정돈데…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다릅니다. 아주 소소한 그 도시, 아니면 기지촌이라고 하면 부대 주변에 있는 철조망 같은 것들을 쭉 지나치며 보게되요.

우리의 매일, 바로 옆에 있었던 철조망 너머에 있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비가시화되있는 사회라는 점. 필리핀 역시도 너무 잘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 장막만 넘어가면 다른거죠. 한국에 오고싶어서 그런 훈련을 받았고, 또 상처받고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또 지원하는, 아니면 스카우터나 브로커가 되서 일을 하는 그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마치 풍경처럼, 우리가 매일 지나치고 마주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인지되지 못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것을 알게 되면서 기차씬이나 차가 지나치는 풍경을 영화에 담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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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 10: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의 여성영화제에서는 못보고 올해 처음으로 이 영화를 보게되었습니다. 앞에 궁금했던 것들은 많이 대답을 해 주셔서, 저는 두가지만 여쭤보려고 해요. 저도 사실 초반에 필리핀에 가서 욜리를 감독님이 만났을 때의 그 상황이 긴박하게 느껴졌는데, 카메라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안정적이어서… 어떻게 저렇게 씬을 마치 극영화처럼 찍을 수 있었을까? 그것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감독님의 엄청난, 연출력이라고 해야할까요. 그것에 감동했습니다. 또, 클럽씬과 미군 부대 근처를 포함한 전체 촬영씬들이 너무나 안정적이었는데요. 촬영할 때 어떻게 연출이 이뤄졌는지가 궁금해요.

또 하나는, 이 작업이 아직 끝이 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뭔가 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되거든요. 후속 작업에 대한 궁금증이 있습니다.

 

이고운 감독: 

처음에 이것을 준비하면서 촬영 세팅의 방법을 만들었던 것은 이렇습니다. 워낙 이 사건을 다른 매체에서 먼저 다뤘던 장면들이 있었어요. 한국에 와있는 기지촌 필리핀 여성하면 각자 머릿속에 그리는 상들이 너무 진하고 뚜렷하게 다들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은 깨끗하고 안정적으로 찍자는게 애초부터 계획에 있었어요. 이것을 만약에 흔들리는 카메라로 졸졸졸 좇아다니면서 찍었으면, (참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이 알고싶다.’ 처럼 뭔가.. 제가 르포르타주를 하는 것처럼 보였을 겁니다. 그런 기법을 사용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했고, 때문에 작업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습니다. 필리핀에 들어가는 장면, 제가 계단을 좇아 올라가는 장면 그 다음부터는, 제가 율리의 집에서 한달을 살면서 찍은 것입니다. 거기 살면서 15회차, 16회차, 촬영을 하면서 그 공간에 대한 해석이 굉장히 잘 이뤄졌던 때였어요. ‘카메라가 어디에 조용히 숨어있으면, 안정적이고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는구나.’는 식의 요령이 있었기 때문에, 샷들이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파파정 인터뷰나 파파정과의 동행도 마찬가지로, ‘처음 만나서 며칠 째’가 아니라, ‘반년 째’ 였던 장면들이었습니다. 카메라가 흔들렸던 몇몇 장면들은 제 스스로의 공포감이 살아있어서 쓰지 못했던 것도 있어요. 영화를 보면서 느끼실지는 모르겠지만, 필리핀에서의 제 목소리는 굉장히 담담한데, 파파정한테는 제가 약간 애기처럼 귀엽게 굴더라고요. “아- 그러시구나” 이렇게 하는 게 늘 불안했기 때문이었던 게 있어요. 그것을 카메라와 관객들이 인지하면, 이 인물들이 조금은 자기의 눈높이상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관객들이 너무 선입견을 가지고 볼까봐. 할 수 있으면 최대한 안정적이고 깨끗하고 편안한 앵글을 사용하고, 예쁜 장소에 갖다놓고 찍고 하는 방법들을 추구했습니다. 그리고 스탭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상당부분 저 혼자 쭉 하다가 마지막에 마리아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을 포함해서 한 10회차 정도를 카메라 감독이랑 같이 찍었습니다. 조금 임팩트가 있어보이는, 예뻐 보이는 외경 몇가지는 아마 카메라 감독이 찍으신 부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느끼셨겠지만 한국에 있는 미군기지, 미군과 세계 여성의 몸의 관계는 너무너무 깊고 넓은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저에게는 약간, 프롤로그 같은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계속하고 싶은 생각으로, 시리즈로 하겠다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하고보니까 이거 말고도 할 얘기가 너무너무 많았고요. 또, 저는 나름 단순해서 제가 재미없으면 하다가 멈추고 진도를 못나가는 사람인데, 이 소재는 파도파도 계속 나오더라고요.

다음으로 하고 있는 작업은 미군 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 남겨진 기지들의 풍경들을 계속 기록하고 있는데, 그것을 마무리하는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이것 말고도 지난 겨울에 시작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미군이 정책적으로 성병을 관리하는 것, 한국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성병 관리를 어떻게 해왔는 가?의 역사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어요.

 


 

[주1] 이 비자는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해서 그 취득이 필수적이었으나 현재는 필리핀 정부에서 금지한 상태입니다. ‘호스트 네이션’ 속에서는, 마담 욜리와 파파정이 필리핀 여성들이 마치 연예인 연습생처럼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는 영상을 제작해서, 한국의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보냄으로서, 여성들의 E6비자 발급을 합법적으로 돕는 장면이 나옵니다. 관련 자료: 조희선 기자, “[내러티브 리포트] 예술흥행비자 외국인 4869명… 국내 노동법 보호 못 받아
”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40313008007 , 2014.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