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29 헤기가 다크나이트가 돼야했던 진짜 이유(2)

휘발되기 쉬운 연성욕과 다크나이트화된 헤기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며, 후조 스카우터 너머로 ‘맹약 : 새로운 마법사’ 스토리를 쫓아가 보았지만 어딘가 계속 석연치 않다. 그냥 넘어가줄 수 없는 설정 구멍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로지 무녀를 수호하기 위해서 침묵의 기사단에 가입해야 하고, 그들의 인정과 허가 하에 다크나이트로 변신할 수 있다는 당위와 거래조건은 나의 헤기에게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옷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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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린) 무녀를 구하고 싶다면, (헤기가) 자네의 일족이 되면 되느냐 물었다

네베레스)  침묵의 기사단이 되면, 이제와는 다른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것은 파멸을 가져올 수도, 구원을 가져올 수도 있는 힘이다. 지금까지의 외형을 모두 버리고 다른 모습으로 살 수 있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격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이 힘은 아무에게나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아직 널 믿을 수 없다. 그렇기에 함부로 우리의 일을 말해줄 수도, 우리의 지식을 알려줄 수도 없다. 그 전에 우리에게 믿음을 주어라. 우리에게 신뢰를 얻게 된다면, 그땐 너도 침묵의 기사단이 될 수 있을 거다.

 

고등학생 정도 나이의 헤기에게 다짜고짜 소년가장이 되어 무녀를 위한 기사도를 발휘해보라는 말로 들린다. 동네 일진회 가입권유를 하는 듯한 형님들의 어두침침한 분위기도 좀 무섭고. 뭣보다 여기서 에일의 목걸이와 케르가문, 그리고 헤기안의 잠재된 마물에 대한 언급이 0인 것이 불만족스럽다. 헤기와 NPC들의 대화는 다음과 같았어야 하는게 아닌가? 헤기가 다크나이트가 되고자 하는 이유, 브린과 네베레스가 왜 헤기에게 관심을 갖는가, 이후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퀘스트를 진행할 것인가, 이 모든 내러티브를 꾸역꾸역 끼워팔아야한다고 가정하고 다음의 웹툰에서 만들어져 있는 떡밥을 가지고 연성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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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 어둠을 가르는 환영 헤기  3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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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 어둠을 가르는 환영 헤기  4화 > 

 

네베레스) 침묵의 기사단이 되면, 이제와는 다른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것은 파멸을 가져올 수도, 구원을 가져올 수도 있는 힘이다. 그 힘이 모든 속박을 풀고나면 너는 완전히 다른 외형의 존재가 될 것이다. 너의 모든 잠재적 능력은 일시에 폭발하게 될것이다. 그러면 너는 기억을 잃어버리고 니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마물 자체가 되버릴 수도 있고, 그 누구보다도 사악하고 강력한 힘을 소유한 영웅이 될수도 있겠지… 침묵의 기사단 일족의 힘은 아무에게나 전해지는 것이 아니야. 우리는 모험이 아닌 신뢰를 원한다. 즉, 우리는 아직 너 같이 수상한 애송이를 믿을 수 없다. …하지만..

헤기) 뭐야…결국 아저씨도 나한테 잠재 마력 있다니까 혹한거네. 내말 맞죠? 난 다른 용병들이랑은 달라요. 이 거미 각인을 좀 봐주시죠. 나, 그리고 다른 케르가문의 자식들은 암만 생각해봐도 인간은 아닌 것 같으니, 침묵의 기사단인지 뭔지가 말잘 듣는 반인반수 하나 부려먹는다는 셈 치시던가. 뭐 실제로 변신 해봐야 아는거겠지만, 도저히 써먹을 수 없겠다 싶으면…….당신들은 날 죽이고 전투중 전사했다고 용병단에 보고하면 그만인겁니다. 쉽죠. 난 어차피 고매하신 로체스터의 기사가 아니라서 언제 나가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소모품아니던가요.

 

에일…만약 그 녀석이 여기 살아 있었다면 또 이상한소리나 늘어놓기시작했겠지만.. 그때… 내 눈앞에서 마물로 변해 순식간에 죽어버렸고 그 직후의 기억은 뒤죽박죽이에요. 에일보다도 약했던 내가 그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공격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정신이 돌아올 때 쯤엔 주변이 온통 사체들 뿐이었어요. 마을의 용병이 되고나서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도 난 그날, 그 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는 것 같고… 무엇보다 여전히 혼자니까. 그러니까..난 어떻게든 지금 이걸 해내야만 하는거고 또, 도망다녀 봤자라는 걸 점점더 알게 된 겁니다. 매일매일 똑같은 악몽을 꾸니까. 가끔은 깨어있을 때에도, 싸우고 있을때조차, 나랑 닮은 기분나쁜 녀석의 환영이 보이니까. 몇일 전에는 남쪽 빙벽에 레이드를 나갔다가 나 때문에 동료들이 다쳤어요. 금방 이겨버릴 시시한 전투였는데…다시 생각해도 구역질이 나는데… 나는 그걸, 내 모든 두려움을 끝장낼 수 있는 기회를 원해요. 자고 일어나면 마물이 되있을까봐,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폭주해서 사람을 닥치는대로 죽일까봐 벌벌대던거 다 집어치우고, 그 힘을 제어해서 내것으로 만들고 싶단 말입니다. 당신들 일족이 기술을 전승하는 다크나이트의 힘, 그리고 케르가문이 마물에다 심어논 힘을 융합해보자는 거라고. 가능한 빨리. 변신 성공한 다음엔 무녀호위든 뭐든 시키는대로 할 테니까 댁들은 일단 나한테 그걸,

 

브린) 두 사람 심각하게 얘기중인거 같은데 끼어들어서 실례합니다만 구미가 당겨서 입다물고 있질 못하겠네요. 헤기, 당신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데…. 비실대기나 하고 훈련 농땡이에만 관심있는 줄 알았더니 오래살고 볼일이군요. 네베레스 자네가 어떻게 생각할지쯤이야 대강 알겠네만, 이 자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꼭 침묵의 기사단에 들어가고 싶은 모양이야. 몇일 귀찮아지겠지만 한번 기회나 줘보는게 어떻겠나. 내가 뭐 저 목걸이랑 케르가문의 마물이란게 재밌을거 같아서 이러는건 절대로 아니네.

네베레스) 브린..재미가 아니다. 믿음이 중요하다. 우리는 함부로 우리의 일을 말해줄 수도, 우리의 지식을 알려줄 수도 없다. 물론.. 기사단 증원이 시급해진 건 사실이다.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한다. 마족들의 세는 계속 커지고 있고 무녀의 신변도 그만큼 위험해졌다.

헤기) 저도 재미로 이러자는 거 아닌데요. 그 덩치만 컷지 콜헨에서 양아치짓이나 하는 게렌도 침묵의 기사단이라면서요. 내가 걔한테 얘기 다듣고 왔는데 여기서 뭘더 진짜… 도대체가 내가 아무리 케르쪽 자식새끼어도, 게렌은 되고 나는 안된다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요. 아님뭐, 내가 나이좀 어리다고 꺼지라는겁니까?

브린) 자자 알았으니 흥분하지말고 당신은 그 가문석 목걸이부터 이리 주시죠. 네베레스 자네도 인상 그만 쓰고 이리 앉아서 차나 한잔 들게. 지금당장 변신기술을 주자는 것도 아니고 일단 내게 계획이 있으니 들어나보라는 걸세. (헤기에게서 목걸이를 건네받는다) 이건 제가 3일간 맡고 있도록 하죠. 무슨 봉인력과 마력이 있다는건지 분석도 해볼겁니다. 망가뜨리진 않을 테니 걱정마시고. 자, 대신 이 투명한 물약을 드리겠습니다. 이제부터 중대한 시험을 치르게 될 겁니다. 다크나이트가 되기 위한 통상적인 관문이지만, 당신은 더 괴로울테죠.

그 가문석 없이 마물의 영향력 아래서 정신적 자제력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증명해보이면 되는겁니다. 숙제라고 생각하시되… 그 에일이란 자의 말대로라면 그간 그 보석이 당신의 마력을 강화해온것이기도 할테니, 갑자기 힘이 약해졌단 느낌이 들거나 실력이 반감될 수도 있단 것 정도는 각오하세요. 제가 드린 물약은 세뇌 저주에 걸렸을 때 치료제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회복 효과는 확실할 테지만… 어떤 부작용이 있을진 저도 보장 못하니 상태가 위급할때만 마셔보시길.

 

 

넥슨이 NPC들을 다루고 그들과 11명의 캐릭터들 간의 관계를 만드는 방식을 고려할 때, 위의 연성물은 실제 게임에서 구현되지는 못할 것이다. 잘해봐야 인벤 게시판에서 소소하게 추천수와 조회수를 높이거나 누군가의 블로그 아카이브 한켠에 쳐박혀 스크랩과 댓글만을 기약없이 갈구하고 있을지 모른다. 조금 더 야심차게 기대해본다면 팬진에 가까운 라이트 노벨정도일까. 만약 원전으로 삼을만한 체계적인 라이트 노벨을 마영전 측에서 출판했다면, 외전까지도 가늠해볼 수 있을텐데 이 회사는 아직까지 그 정도로 스토리텔링에 정성을 쏟고 있진 않다. 하지만 넥슨은 팬텀북 패키지를 통해 후죠시를 소비자로 명확히 의식하는 기획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몇 년 후면 누군가 정말로 헤기를 가지고, 아니면 그로부터 영감과 확신을 얻어 다른 게임과 세계관, 캐릭터로 라이트 노벨이나 웹툰을 연성해서 본격적으로 돈을 쓸어담게될런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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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전에서 헤기라는 미소년캐를 키우는 후죠시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상당수는 여덕이며 얼빠이고, 헤기 때문에 게임에 유입된 뉴비이다. 누군가는 3D 멀미를 겪으면서 전투지형에서 길을 잃어버리거나, 특정한 일시와 채널에서 집단적으로 코스튬플레이를 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하고, 헤기의 패치를 통한 전투스킬과 버그 개선을 요구하는 가상의 집회를 갖기도 한다. 헤기가 왜 쓸헤기라는 멸칭으로 불리우는 지에 대해 어떤이는 심각한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어떤이는 병신같아도 ‘내새끼’이니까 좋다는 식의 애정을 끌고갈 수 있다.

실제로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오로지 헤기 때문에 마영전을 할 마음이 생긴 여성인데, 헤기만을 단독으로 플레이할때보다 벨라와 아리샤 육성을 병행해서 할 때가 되서야 비로소 헤기가 이래저래 다른 캐릭터의 신세를 많이 져야 하는 약체 캐릭터인 것을 분명히 인지했다. 게임을 이끌고 파티원을 도와 전투를 수행하기에 헤기는 유저를 짜증나게 만드는 상당한 문제점과 미숙함이 있고, 비록 현재의 내가 가장 즐기는 전투 스타일은 지능형 마검사인 아리샤의 것이지만 나는 여전히 헤기를 내 캐릭터 슬롯에서 삭제하지 않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것인데 그 이유는 헤기와의 추억과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후죠시 유저들의 노는방식에서 내가 묘한 향수를 느끼기 때문이다. 후죠적인 커뮤니티라고 할만한 관계망에서 몇발치 떨어진 거리에서 나혼자 랜선을 떠돌고 있긴 하지만, 일명 ‘순회’를 가는 헤기들을 모집하는 걸 채팅창에서 본적이 있는데 그때 필시 좀 흔들렸던 것 같다. 그만큼 헤기는 이제 반짝했던 인기의 거품이 사그라들고 쭉정이 캐릭터인게 뽀록이 나서, 파티나갈 때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고 이것이 유저들을 힘빠지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예쁘장한 남캐가 여전히 좋으니까 어떻게든 그를 슬롯 안에 대기시켜 놓았다가 지갑을 열어야 할 때를 뚝심있게 기다릴 수도 있다. 아니면 지루함과 냉대를 이기지 못하고 마영전에 장기간 로그인 하지 않거나, 다른 캐릭터로 갈아탈 수도 있다. 마영전이 아니라 ‘망영전’이라는 야유가 나오기 시작한 와중에서도 헤기의 출시를 강행했던 넥슨이 이것을 어느정도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이러한 미래들중 하나를 진짜로 가능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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