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29 헤기가 다크나이트가 돼야했던 진짜 이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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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벤을 돌아다니다가 헤기가 ‘다크나이트’로 변신하는 움짤을 보고 덕통사고를 당했다.

헤기의 변신모션은 분명 모에했지만 그저 외모적 매력만으로 다크나이트 퀘스트 수행의 사명감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후조의 관점으로, 헤기의 다크나이트는 다른 캐릭터의 버전과 달리 설정상의 중요한 명분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애정을 가지고 게임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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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 어둠을 가르는 환영 헤기  1화 > 

몰락한 케르가문 출신의 소년의 손목에는 낙인과도 같은 거미 문신이 아직 새겨져 있고, 부모가 프로그래밍해논 그대로 마물화 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스승이자 제 2의 가족이었던 에일이 건네준 목걸이도 아직 가지고 있다. 친족과 친구들, 은인들, 자신이 가깝다고 생각했던 모든 사람들이 살해당했고 그 이유는 아직 수수께끼이거나 어쩌면 자신의 미숙함 때문일지도 모르는 상태로 헤기는 추적자들을 얼떨결에 몰살시킨 후 콜헨으로 흘러들어와 용병이 되었다. 여기까지의 정보들만 가지고도 대다수의 후조시들은 연성 계산기를 두들겨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BL계의 커플링은 여러 방향으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헤기를 비련의 히로인으로 만들기 위해 메인이라 점찍어 볼만한 건 역시 에일X헤기의 조합이다. 이제 모든 것이 숙명적으로 결정되었다. 헤기는 왜 마족과 싸우는 용병이자 영웅이 되야만 했을까? 그리고 왜 다크나이트가 되야만 했을까? 모든 것은 에일이 만든 낙원과 에일을 잃은 슬픔, 그리고 언젠가 거미 문신에서 튀어나와 자신의 자아를 소멸시켜버릴지 모르는 케르 가문의 저주 때문이다. 그들과의 관계 없이는 헤기의 생애에서 그 무엇도 가능하지 않았으리라는 낭만적 가설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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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영웅전 시즌 1 ‘망각의 낙원 : 영웅이 가는길’은 듀얼 소드계의 남캐인 리시타를 제외하고, 10명의 캐릭터들이 칼브람 용병단으로 오기 전까지 겪었던 개인사적인 이야기를 메인스토리에 반영하고 있지 않다. 퀘스트 성공시마다 얻는 아이템의 종류는 조금씩 다르지만, 가상의 세계에 거주하며 메인스토리를 엮고 있는 NPC(Non Player Character)들과의 에피소드 대화는 획일적이고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나 사연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다크나이트 역시 유저가 네베레스라는 NPC의 지시대로 퀘스르를 수행한 후 얻을 수 있는 전투기술 중 한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마케팅이 시도된 캐릭터인 헤기는 한가지 독특한 아이템을 소지할 수 있기 때문에, 후조시는 그것을 매개물 삼아 BL 연성을 계속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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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 가문석 목걸이는 넥슨에서 헤기 출시 기념으로 유저들에게 제공했던 ‘팬텀북’ 패키지의 이벤트 상품이었다. 보석이 박힌 귀걸이나 반지 같은 여타의 게임 속 장신구들이 힘, 민첩, 스태미나, 생명력, 지능의 캐릭터 능력치를 증폭시켜주는 것과 달리 가시적인 기능이 결여된 코스튬 장식품이지만, 이것은 헤기유저에게 엄연한 기능이 아니었을까. 풀네임부터 ‘에일의 의지가 담긴 목걸이’ 이지 않은가. 만약 헤기가 ‘검은 기사’로 변해가는 수순을 밟을 당위가 있다면 이 목걸이의 사연에서 출발했어야 한다고 본다. 에일이 만든 고아들의 공동체에서 받았던 조금 안전하다는 느낌, 부모를 살해한 에일이 실은 타락한 부모와 가문의 악습으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자 했다는 믿기 힘든 현실이 뒤엉킨 채 헤기를 혼란스럽게 하는 이야기들. 그것을 회피없이 대면하는 순간 헤기는 성장하거나 부서지거나 둘중 하나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계속 지켜보고 싶은 마음을 만든다. 그래서 그 목걸이는 헤기를 지켜주는 동시에 악몽의 증표이기도 하고, 에일없는 미래를 열어젖히는 열쇠이기도 하다는 연성을 해볼 수 있다. 물론 좀더 진도를 나가서 에일이 헤기의 연인이라면 사랑하는 대상의 유품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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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기가 마이너한 남캐 신세가 아니라 메이저한 여캐 ‘이비’였다면 저 목걸이는 가시적인 기능마저도 담보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같은 퀘스트를 수행해도 더 아름답고 팬시한 장비와 의복을 받는게 여캐이고, 캐릭터 전투기술의 완성도가 높은 것도 여캐이고, 유저의 컴플레인이 패치와 업데이트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것도 아직까진 여캐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가문석 목걸이에 생명력과 마법공격력 증폭 기능이 들어가거나, 뷰티샵에서 헤기의 손목에 거미 문신이 새겨질 수 있는 이너웨어 정도는 팔았어야 하는게 아닌가? 넥슨이 기왕 여성유저들에게 장사를 할 작정이었다면 좀더 확실하게 진도를 나갔어도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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