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제로의 유체 (가제) 1

1. 한국의 부양의무자제, 그와 관련된 복지제도 전반에 대한 리서치/글쓰기/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온라인에서 먼저 조금씩 연속적으로 시작할 것이고 추후에는 소규모 출판 준비도 고려중입니다.

2. 1은 비장애인-이성애자-여성가장이 세대주인 한부모가정의 장녀-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진행됩니다.

3.  아래의 메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선고일 이틀후인 2017년 3월 12일에 작성되었습니다.


 

내 어머니의 아버지는 내 아버지의 신분보증인이되었다. 그리고 내 아버지는 나와 내 남자형제의 부양의무자가 되었다. 결혼 전에 내 아버지는 데이트 후 집에 돌아갈 차비도 여의치 않은 단벌신사였지만, 결혼과 거의 동시에 대기업 사원이 되었고 별거가 시작될 때 즈음 새로 산 옷들만 골라 짐을 꾸려 가출했다.

한편 내 어머니의 아버지, 즉 외조부는 박정희 정권에서 특혜를 받은 군엘리트 중 하나인데 막내 외손녀인 나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 수혜자가 되었다. 이건 이야기도 극도 아니다. 나는 예술가로서 이 글을 쓰고 있는게 아니다.

외조부는 외조모를 신체적/정신적으로 오랜기간 학대하며 내 어머니에게는 학대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려했지만 거진 성공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외조부의 안정적인 자산과 외조모의 불안정한 자산으로 좋은 교육을 받으며 연애결혼/별거/이혼 등, 외조부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제멋대로 살아오면서도, 언제나 외조부보다는 외조모에 대해서 더 신랄했고 불만이 많았다. (외조부가 외조모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했을 때 다섯 자식들 중 외조모 측에 섰던 유일한 증인이 되어 그 이혼을 막아냈음에도.)

근래에 와서는 어머니 본인도 노인이 되가는 와중에, 병약해지고 눈물이 많아진 외조부 앞에서 묘한 방식으로 계속 동정하는 자에 위치에 가려고 하는데, 그 점은 내가 외조모의 선산에 가는동안에 모욕적으로 감수해야 했던 이모들과 내 어머니의 외조모를 향한 거대한 원망과 뒷담화만큼이나 참기가 힘든 일이다. 수 년안으로는 열릴 게 분명한 외조부의 장례식에 적어도 나는 아마도 가지 않을 것 같다.

곧 이뤄질 외조부의 유산분배로 무언가 해피엔딩이라고 넘어가 줄만한, 금전적 댓가를 자신이 거머쥐어야 자신 개인은 물론 나와 내 남자형제까지도 게임의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이라고 내 어머니는 생각하는데, 나는 이점이 끊임없이 불만스럽다. 페미니즘은 이 때 내게 관점을 만들어준다. 즉, 나로서는 그 돈으로 그 무엇의 엔딩도 살 수 없다는 관점. 어쩌면 나와 내 가족의 몫으로 떨어졌던 유의미한 자산들 전부가 그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점.

 

Catherine Opie

‘야성의 꽃다방 2기’의 코너였던 달차님의 ‘페마주(야성녀의 눈으로 본 미술과 문화 이야기)’에서 소개되었던 작가입니다. 비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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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9일부터 개편중입니다.